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고인 계좌에서 대출 이자와 각종 자동이체가 여전히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멈춰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기도 해서 판단이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은행에 알려 이체를 멈추는 것은 하되, 고인의 예금으로 빚을 갚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두 행동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왜 사망 후에도 계속 빠져나가나요?
은행은 사망 사실을 자동으로 알지 못합니다. 주민센터에 사망신고를 했더라도 금융기관에 그 정보가 곧바로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유족이 사망진단서나 기본증명서 등으로 알리면 그때 은행이 사망을 확인하고, 통상 계좌를 지급정지하며 등록된 자동이체도 멈춥니다. 아직 돈이 계속 나가고 있다면 은행에 통보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계좌가 멈춰도 빚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대출 이자나 공과금은 계좌와 무관하게 연체로 쌓입니다. 이체가 멈췄다고 정리가 된 것이 아니므로, 무엇이 어디로 나가고 있었는지 내역을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요?
고인의 예금을 인출해 이자나 빚을 갚는 것입니다.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단순승인한 것으로 봅니다. 고인 명의 예금은 상속재산이므로, 그 돈을 인출해 채무를 변제하는 행위는 처분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면 결과가 무겁습니다. 이후에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기 어려워지고, 빚이 재산보다 많아도 그대로 떠안게 됩니다. 밀린 이자를 대신 내주려던 선의의 행동 하나가 선택지를 없애는 셈입니다.
빚 정리는 상속 방식을 정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어떤 순서로 하면 되나요?
세 단계로 보시면 됩니다.
첫째, 은행에 사망을 알리고 계좌 상태와 이체 내역을 확인합니다. 어떤 자동이체가 어디로 얼마씩 나가고 있었는지, 대출이 남아 있는지를 이때 파악합니다. 이 단계는 재산을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둘째, 재산과 빚의 규모를 조회합니다. 정부24의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를 이용하면 금융거래·국세·지방세·연금·자동차·토지 등을 한 번에 신청해 조회할 수 있습니다. 기관별로 회신이 나뉘어 오고 수 주가 걸릴 수 있으므로 일찍 신청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셋째, 조회 결과를 보고 상속 방식을 정합니다. 빚이 재산보다 많은 것이 분명하면 상속포기를, 어느 쪽이 많은지 불확실하면 한정승인을 검토하게 됩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방식입니다(민법 제1028조).
시간은 얼마나 있나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이 기간 안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고하지 않으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
3개월은 넉넉해 보이지만, 재산조회 회신을 기다리다 보면 금방 줄어듭니다. 조회 결과를 다 받은 뒤에 알아보기 시작하면 촉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원칙은 같습니다. 고인의 재산에는 손대지 않는 것입니다.
정리
사망 후에도 이자와 자동이체가 나간다면, 그것은 은행이 아직 사망을 모른다는 신호입니다. 은행에 알려 멈추고 내역을 확보하는 것까지가 지금 하실 일입니다.
반대로 고인의 예금으로 그 빚을 갚는 것은 상속 방식을 정하기 전에는 하지 마십시오. 처분행위로 평가되면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 함께 막힐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미 인출한 돈이 있거나 3개월 기한이 임박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상황을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